낙엽이 지고 앙상히 남은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매서운 한동의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붑니다. 이렇게 찬바람과 함께 2009년도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한 학년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이제 조금 후면 수년간 악명 높은 한동의 바람을 맞으며 함께 생활하던 졸업생들이 떠나고, 그 빈자리를 새내기들이 채울 것입니다. 마치 흐르는 물이 저수지에 모여서 잠시 머물렀다가 강과 바다로 흘러가듯, 한동의 졸업생들도 드넓은 세상을 향해 흩어져 떠나갈 것입니다.
이들은 한동을 무전공 무학과로 입학하여 각자의 적성을 찾아 자유롭게 선택한 전공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지적 성장을 이루었지요. 아울러서 국제화를 지향하는 한동에서 외국어 실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함양하였습니다. 이들은 팀원으로 만나서 생활관 같은 방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하던 방돌이 방순이와 우여곡절을 겪었지요. 이렇듯 다양하고 독특한 한동의 문화에 푹 젖어 4년 이상 살다 보면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한동인으로 변해있는 것이지요. 이제 이렇게 한동인으로 성장한 졸업생들을 희망과 기대를 안고 뿌듯한 마음으로 세상으로 떠나보냅니다. 이들이 기대에 부응하여 얼마나 성공적인 삶을 성취할지는 이미 한동의 선배들을 통하여 증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섭니다. 왜냐면 이들은 한동의 찬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거친 세파를 맞아 싸워야 하는 세상의 허허벌판으로 나가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숙명으로 주어진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투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노파심으로 이들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첫째, 한동에서 익히 들은 바와 같이 비전을 정립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비전을 이루도록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하지만 성공을 추구하되, 성공 자체가 우상이 되어 자신을 너무 닦달하지 마십시오. 왜냐면 우리 미래의 꿈을 성취하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여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풍성한 생명까지 압제하여 오늘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을 잃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비전에 자신을 가두어 비전의 포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우리의 미래를 전폭적으로 하나님께 맡기고 미래를 활짝 열린 상태로 열어두기 바랍니다. 크리스천은 성공과 실패를 초월하여 그 결과를 하나님께 맡길 때 오히려 자유를 누리면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기에, 우리는 더 큰 기대를 안고 미래를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성공의 의미를 세속적인 출세와 동의어로 삼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세상의 어떤 삶과 어떤 직업도 서로 다름이 있을 뿐, 결코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때 물론 범죄를 조장하는 등 명백하게 악한 직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이지요. 따라서 비록 부와 명예와 권력과 무관하여 각광받지 못하는 분야라고 하여도, 본인이 좋아서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겠지요.
셋째, 우리의 관심은 어떤 분야에서든지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가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합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지요. 예를 들면 음주와 흡연문제만으로도 곤란하거나 괴로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음주와 흡연은 근원적인 문제의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 보다 근원적으로는 구조적인 악이 모든 영역에서 만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은 뿌리가 깊고 거대하여 싸우기에 벅찬 상대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모두가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포스트 모던 시대에 가치관의 혼란으로 바르게 분별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투쟁일변도의 대응이 지혜롭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수동적으로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매 순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범답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때 문제를 단순화하여 창조주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다 명료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결론적으로 크리스천은 예수그리스도의 부활로 이미 선취되었지만, 그분의 재림으로 완성될 종말의 아직 사이 놓인 현실의 삶에서,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현실에 충실하되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초월을 지향하되 현실을 도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삶은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결코 완성된 모습은 이룰 수 없기에 절망적이지만,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상모(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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