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한동대 학우들의 사랑과 소통의 장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많은 수의 학우들이 채플 별관으로 발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어깨에 얹어있는 피곤함을 숨길 순 없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다. 학우들이 모두 모이고 30분 정도가 더 흐르자 채플 앞엔 여러 대의 차들이 도착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한참 동안 사람이 내리지 않는다. 그러자 채플 별관에 모여 있던 학우들이 ‘쪼르르’ 달려 내려와 차문 앞에 선다. 학우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차 안의 사람들은 빠끔히 차 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고개를 내민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디가 불편해 보인다. 휠체어를 탄 사람, 몸이 묘하게 뒤틀려 있는 사람, 몸은 어른이지만 행동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 하지만 그들의 얼굴엔 어둠이 없다. 오랜 이동에 피곤할 만도 하지만 그들은 해맑게 웃으며 차에서 내려 학우들의 도움을 받아 ‘접수대’로 향한다.
이 곳은 지난 7일 열린 제 2회 사랑 마라톤 현장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제2회 사랑 마라톤이 개최됐다. 사랑마라톤은 포항시 장애인을 학교로 초청해 도우미 학우들과 함께 흥해 지역 왕복 10km구간을 뛰는 행사이다. 이번 대회는 재정적인 문제로 개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다. 1회 대회 때는 총학생회에서 주관을 해 학교 예산이 지급 됐지만 2회 대회는 평의회에서 주관 해 총 600만원에 달하는 대회 예산을 할당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모전 상금을 기부한 학우, 매달 받는 용돈을 기부한 학우 등 많은 사람들의 후원이 모여 필요한 예산이 거의 마련 돼 이번 대회가 열릴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열린 대회인 만큼 그 개회식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기도로 시작된 개회식은 축제분위기였다. 장애인과 학우들은 짝짝이 앉아서 서로 인사를 건네고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개회식이 끝나고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 봉사자를 만나봤다. 윤석준 학우(GLS, 09)는 사랑마라톤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냐는 질문에 “이번 대회가 내게 나눔을 실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념 촬영을 하는 도중에도 곳곳에서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장애인 참가자 김국권씨(35세)는 “좋아요, 재밌어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마라톤이 시작됐다. 학교 정문 앞에서 “고고씽!”이라는 구호와 함께 200명이 넘는 장애인과 봉사단이 함께 마라톤을 시작했다. 몸이 불편해 달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들의 얼굴엔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단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서려있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온 장애인 참가자 최정수씨(37세)는 “나는 다리가 불편해 직접 뛰지는 못했지만 나를 도와주는 한동대 학생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사랑을 알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점은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과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며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렇게 마라톤도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해 주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되자 장애인과 도우미 학우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어려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봉사자들은 활주로 앞에 길을 만들어 서서 학교 밖을 나가는 장애인 차량에 축복송을 불러주었다.
이번 대회의 총 디렉터를 맡은 문성학 학우는(국제어문, 06) “포항엔 총 3만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다음 대회엔 더욱 많은 장애인 분들을 초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사랑 마라톤이 열렸던 지난 7일은 참가했던 모든 사람에게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이 대회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나누길 기대해 본다.
김동인 기자 kimdi@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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